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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깃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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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방송편집부 작성일15-12-24 09:22 조회1,8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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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나는 같은 또래 사내애들도 따라 오기 힘들 정도로 달리기를 잘 했다. 그런데 달리기 때문에 웃지도 울지도 못 할 에피소드도 참 많았다.
 
위로 언니 셋이고 아래로 년년생 동생 셋을 둔 내가 7살 나던 해이다.
 
 
일곱번째 여동생이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어느 하루, 집에 갇혀 동생들을 보다 떠들썩 하는 소리에 창밖을 보니 동네 또래애들이 뛰어다니며 숨박꼭질 하느라 한창이었다.
 
나가고 싶은 생각이 꿀뚝같은데 동생을 돌보라고 엄마가 못 나가게 하셨다.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젖 먹이던 엄마가 그만 잠 드셨다. 이때다 싶어 나는 세살난 남동생을 둘쳐업고 몰래 밖으로 빠져 나와서 곧장 또래들 속에 합류했다.
 
내가 술래 할 때었다. 도망가는 또래를 붙잡으려고 막 달려가는데 등에 엎힌 남동생이 뒤로 훌~ 제껴지면서 머리가 아래로 처져내렸다. 너비가 좁고 길다란 천으로 만든 띠로 동생을 업었는데 띠가 아래로 처져 내려 동생 엉덩이 밑에까지 내려왔던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달리니까 등에 엎혀 있던 동생이 그만 뒤로 제껴졌던 것이다. 그런데도 다행인건 동생이 울지 않았다. 나는 허리를 굽혀 들썩하고 동생의 머리를 다시 등에 닿도록 하고는 띠를 새로 동여매고 계속 또래를 쫓아 달렸다.
 
그런데 달리다보면 또 띠가 아래로 처져내려 동생이 뒤로 제껴졌다. 그러면 똑 같게 들썩하고 바로 업고는 뛰어 다녔다. 부모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기절초풍할 일이었지만 나는 알리지 않았다. 다행스러운건 그 남동생이 무난하게 잘 컸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 서쪽에는 큰 물도랑이 있었다. 여름 한철은 나도 또래애들과 같이 거의 물속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번은 점심때 쯤 나갔는데 애들은 하나도 없고 황소 한마리만 도랑옆 말뚝에 매여 있었다. 주인이 점심 식사하러 가면서 황소를 매여놓고는 소 여물로 풀 한단을 던져 줬던 것이다. 심심한 나는 황소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기발한 생각이 떠 올랐다.
 
"옳지, 황소랑 내기를 해 봐야지". 나는 황소 말뚝과 도랑 사이가 불과 2-3미터인 그 틈새를 뛰어서 지나가기로 했다. 황소가 멍 하니 서 있는 것 같자 나는 잽싸게 달려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느려 보이던 황소가 어느새 달려와서 나를 떠받아 공중으로 "홱~" 내동댕이 쳤는데 나는 공중으로 올랐다가 도랑물에 "첨벙~"하고 떨어졌다.
 
헤염쳐서 늪으로 나와보니 황소에게 떠 박힌 왼쪽 옆구리가 좀 먹먹해 났다. 하지만 승복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내가 빨랐는데~~아니야 뭐가 잘 못 된 거야. " 조금 숨을 돌린 후에 다시 시도하려는데 황소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그냥 선 자세로 공격 태세였다. "에라~모르겠다. " 나는 눈을 찔끔 감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첨벙~" 나는 또다시 물 속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정신이 아찔해 나고 옆구리가 더욱 아파났다. 가까스로 헤염쳐 나와 풀밭에 벌렁 누웠다. " 어떻게 하면 황소를 이길 수 있을까?" 한참 생각을 굴리고 있는데 "이라 ~가자" 하는 소리가 들려서 눈 뜨고 보니 황소 주인이 소를 끌고 일 하러 가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반세기가 지났다. 어려서 부터 부모님들의 철통같은 보호밑에서 각종 학원으로 다녀야 하는 지금의 애들을 보면서 나는 가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착잡한 생각에 잠기군 한다.
 
/이화실 기자
[이 게시물은 한중방송편집부님에 의해 2016-02-16 09:25:06 메인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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